너 다시 고딩으로 돌아갈래?
(이제 우리에게 수능은 삼백사십칠억광년전 얘기지만,11월이 되면 코끝이 알싸해집니다. 수능이 끝나면 개벽할 듯했던 인생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루 12시간 넘게 공부하던 그 시절처럼만 산다면 못할 게 없음은 확실해 보이네요. 누군가 다시 돌아가겠냐고 물어보면,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겁니다. 시험만 빼주면 얼마든지요!)
1.
일단 들어온 대학을 어영부영 지금까지 잘 다니고 있다.
고 3시절 막무가내로 엄마에게 생난리를 쳤던 게 무색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사회적'인 인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다시 돌이켜봐도, 그렇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은 정말 끔찍했다.
교복입는 것도 싫었고, 학생 취급 받는 것도 싫었다.
혼란과 방황도 싫었다.
그런데도 'Eluphant'의 노래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졸업식' 가사처럼
"이곳을 떠나고만 싶었는데 왜 웃질 못하고 눈물이 나는 건지"
촌스러운 교복입고, 맛없는 급식을 매일 먹어도 좋다.
고등학생 시절보다 한층 더 어려워진 요즘 삶의 공식은 마냥 치기로 가득차있던 고등학생의 나를 그리워하기에 충분하다.
아 내가 어른이라는 과정에 입학하는 길은 아직 요원해보인다.
어쩌면 아이라는 과정을 졸업하기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
2.
그런 꿀같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수능이란 존재와 그 분명한 존재에 대한 압박감으로 허우적거렸던 시절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제보로 들은 가리나프로젝트의 '공부해'란 노래는 신촌 Y대라는 스펙을 갖춘 보컬과 촌철살인의 가사로 잠시나마 나를 자극시켰다.
그 가사가 무엇인고 하니
"참아 조금만 힘을 내면 돼/공부해/야자도 학원도 좋은 추억이 될거야/공부해/취직도 시집도 날로 먹는게 아니야/
어른들 말씀이 하나 틀린 것이 없단걸 서른 먹고서야 난 알았어"
사실 나는 철이 일찍들어 어른 말씀에 토씨하나 틀린 것이 없단 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쉬운일이 하나 있어야지.
EBS문제집은 시리즈를 다 풀기도 전에 새 시리즈가 나오고
반장이 도맡았던 D-DAY 카운트다운은 훅 하면 날아가는 분필가루처럼 그 끝이 뭉텅뭉텅 잘려나가곤 했다.
3.
지금은 지금의 나이대로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있지만, 그래도 지나온 길과 함께했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모두 꿈처럼 빛난다.
희미한지만 일어나보면 가슴이 아려오는 꿈을 20살, 지금의 내가 한낮에 자다 꾼것처럼.
한편 고등학교에서 가졌던 모든 로망을 쥐고 지금 이자리에 서있지만 여전이 나는 동강보던 PMP로 미드 가십걸, THE O.C, 원트리힐 이나 보고있다는
슬픈제보. 아 선생님들 친구들 우리학교 모두 다시보고싶어요. 나 돌아갈래
대학내일 2월 3째주 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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